언제:2011년10월17일 월요일
어디에:북한산 의상능선
누가:나,의경,윤이,상태
날씨:전형적인 가을날씨
산행코스:백화사~의상봉~용출봉~용혈봉~증취봉~나한봉~나월봉~문수봉~대남문~구기매표소
산행시간:5시간30분
상태와의 번개산행은 참으로 오랫만이며 나도 2주만의 번개산행이다..
오늘은 식구가 단촐하다..그렇지만 산행은 언제나 설레인다...구파발역 1번출구에서 상태를 만났는데
월요일 임에도 산객이 어찌나 많던지 우린 택시를 타고 백화사입구에서 내려서 산행을 시작했다.
저 앞에 뾰족하니 의상봉이 보인다. 어느새 가을옷은 갈아입은 은행나무의 자태가 참으로 곱다.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백화사옆으로 산행 들머리이다.
뜨거운 나날을 보내느라 부산했던 마음 ..문득 주의를 돌아보니 온세상에 가을이 물들었다.
살아있는 모든것을 흔들리게 하는 계절... 메마른 마음에도 어느덧 실바람이 스며든다.
산성매표소에서 오는 길과 만난다.
이곳은 두번째인데 지난번에 왔을땐 이런것도 모르고 그냥 지나갔다...조금 올라오니 대서문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게 되어있다.
크고 작은 욕심을 내려 놓기에 미더운곳이 산보다 더 좋은곳이 있을까!
이제부터 본격적인 오르막이다...가슴 밑바닥까지 가라앉아 있는 모든것을 다 토해 내기라도 하듯 난 온몸의 힘을 다해본다.
등산로를 따라 굵은 쇠줄이 쳐져있긴 해도 깎아지른 절벽을 걷다보면 아무래도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순전히 바위로 이루어진 오르막을 걸어 올라가고 있다...자연이 빚어놓은 작품앞에 난 또 한순간 그림이 되어 본다.
다리가 모자란다..ㅋㅋ 팔에 힘을 주어 줄을 낚아채 본다.
직각바위에 전에 있던 밧줄을 없애고 위험해서인지 철계단을 만들어 놓았다.은근히 걱정했는데
그래서 편안하게 올라올 수 있었다.
바람은 거세게 불어 오고 난 줄을 잡고 한발한발 발자국 떼기도 힘들다.
그 수고로움에 보답이라도 하듯 오를수록 그림같은 절경을 풀어놓은 산..
보기만해도 아찔한 저 절벽을..
이젠 제법 바위를 타는맛을 들였나보다.
마주보이는 능선엔 단풍이 차암 곱다...급하게 올라채는길에서 잠깐씩 멈춰 쉴수 있는 조망터보다 반가운것은 없다.
산객은 경치대신 자신을 돌아본다.지금보이는모습이 산의 전부가 아니듯 수월하지 않은 삶도 그게 다는 아닐것이다.
열심히오르다보면 하늘이 열리고 구름이 걷히는 순간이 한번쯤 오지 않을까?
토끼 바위에 올라서서..이곳이 포토존인지 바위가 사람들의 등살에 많이 닳아져 있다.
뒷 배경이 너무 멋지다..소리없이 다가온계절 산은 의젓하게 제모습을 바꾸고있다.
사소한 변화에도 말많고 탈많은 인간사는 고요한 자연앞에 늘 무색하다.
한참을 올라온것 같은데 아직도 의상봉에 도착을 못했다..잠시 쉬면서 간식 먹고..차암 꿀맛 같은 시간이다..
저렇게 경사진 바위를 겁도 없이 아무런 보호장구도 없이 오른다..마음엔 즐거움이 넘친다.
그래도 바위와의 씨름은 재미있고 견딜만하다.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반 째 오르막이 끈질기게 따라 붙고 있다.
의상봉에 거의 다 올라왔을 무렵 멋진 조망 장소이다..원효봉 오봉 염초봉 백운대 반경대 노적봉이 한번에 다 보인다.
드디어 의상봉이다...뒷쪽 산엔 단풍이 곱다.누군가와 닮아가며 하나되어 사는 정다운 산
시간이 쌓일수록 더 푸르러지는 맑은 산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소망은 숲에서 더 간절해진다.
인증샷!
의상봉을 지나 용출봉으로 다시 오르막이다.산이 보여주는 경치에 만족하고 빚어놓은 비탈에 순응하며 가는길..
지긋한 산객은 그 즐거움을 알기에 이어지는 오르막에도 불평을 비치지 않는다.
거친 파도를 헤치듯 거친 오르막을 올라섰다.용출봉이다.
용출봉을 넘어 오며 우린 점심을 먹었다 먹느라고 정신이 다 팔려서 사진도 못찍었다.
넓직한 바위위에 햇살이 내리쬐는곳에서 앉아서 맛난 점심을 먹었다...
벌써 햇살을 찾아 다니는때가 되었으니....질리게 파란 하늘이다..
정말 멋진 경치를 보여주는 이곳...빼곡히 일어선 나무들과 눈을 맞추려다보면 방향 감각 마저 잃기 십상이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무엇을얻고 무엇을 내려 놓아야 하는지
내안에 들끓던 질문과 해답들마저도 모두 비워낼수 있는 이곳 산..
용혈봉이다.산은 봉우리를 하나씩 넘을때마다 점점 더 높아 지고 있다.
숨을 헐떡이며 그 거친 오르막을 용케도 넘어 왔다. 증취봉이다.
증취봉에서의 조망..가을의 문턱에서 사력을 다해 마지막으로 푸른빛을 발하는 숲사이로
바위 속살이 군데군데 드러나있다..산 높은데 섰는데도 하늘이 더 높다..
나한봉으로 가는길에 단풍
너무나도 예쁘게 물든 단풍이다.
부암동암문에 왔다.
가을 가뭄이 심해 나뭇잎들은 단풍이 들기도 전에 말라서 다 낙엽이 되어 버렸다.
나한봉인데 위험해서 우회로 간다.
이곳에 올때마다 찍는 포토존이다,,의상능선이 뒤로 다 보인다.
나한봉 나월봉을 지나 문수봉으로 가는길..
우와~ 멋진 조망..흐르는시간과 계절에 맞춰 몇번의 옷을 갈아입는 산 ..
어느새 옆자리에 와 있는 가을과 걸음을 맞추며 걷고 있다.
곱게 물든 단풍이 참으로 아름답다,
의상능선과 원효봉 염초봉이 보인다.
단풍은 역시 바위와 어우러져야 멋지다...이미 지나온길도 아직 닿지못한 길도 멀리 떨어져 바라본 풍경은
언제나 아름답다..산마루 세찬 바람으로 부터 무엇을 지켜주고 싶었던걸까? 단단한 몸을 일으켜
스스로 병풍이 된 바위들 오랜시간을 견디어 낸 모든것은 그 존재 자체로 사람을 매혹시킨다.
이제 다 와 간다..
청수 동암문이다...여기서 대남문 까지는 300미터이다..
깊은 가을속에 서 있는것 같다.
쉬임없이 흐르던시간 속에서도 푸르렀던 첫모습을 기억해야 한다고 산이 나직히 말한다.
드디어 문수봉이다..오늘의 마지막 봉우리다~
비봉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터이다..정말 멋지다.말갛게 펼쳐진 세상이 구서구석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것과 인연을 맺고 싶은 마음이야 인지상정..그래서 사람들은 궂이 자연앞에 이름을 붙여두고
이렇게 찾아와 아는체를 하나 보다..
대남문과 보국문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우린 대남문에서 구기동으로 하산 할 것이다.계획했던 산행을 마치고 가벼운마음으로 하산에 나섰다.
우리가 하산하는 길은 처음엔 이런계단길이 이어지다 계속 돌계단이다.
어느덧 다 내려왔다...오늘도 힘든 역경을 수없이 이겨내고 여기에 와 있다..
마음이 뿌듯하다..어느덧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가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볍다.
가을은 산을 넘어온다..오가는계절에 인사라도 나누고픈 산객들의 마음이 무엇보다 먼저 능선을 오른다.
삶을 핑계로 놓쳐버리기엔 못내 아쉬운만큼 산의 가을은 아름답고도 짧다..정말 짧다...
그 아쉬움의 자락을 붙들고 구기동에서 7212번 옥수동방향 버스로 종각에서 내려 전철타고 집으로 왔다..
오늘도 정말 즐겁고 멋진 산행이었다...함께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다음 산행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