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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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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으로의 초대 봄으로의 초대 ---- 서윤덕 그대 아직도 겨울숙에서 추워 떨고 있나요 제 곁으로 오세요 이곳에는 새싹이 돋아나고 예쁜 꽃이 피어나고 있어요.
아침의 향기 아침의 향기/이해인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 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 향기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를 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겨울 숲 겨울 숲에서 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 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
고향집 고향에서 /이일영 고향 장독대에 달이 앉는다. 땡감을 장독에 우리던 아이 희끗대는 머릿결로 서서 살포시 안아보는 항아리 맨살 유약도 낡아버린 장독 빗살로 남은 아련한 숨결 뒤 안 대숲을 걸어온다.
흔들리는 배 흔들리는 배/김민홍 일상에 매인 인생들이 흔들리고 있네 살아내는 일의 파고에 서로 몸을 부비며 그러나 제각기 출렁이고 있네 서로 부딪는 건 아프지만 혼자 출렁여야 하는 인생에겐 부딪는 아픔도 그리움이라네.. 까마득한 그리움 이라네..
갈대 갈대, 존재의 이유 /松花 김윤자 빈 들을 떠나지 않는 너는 바람을 만나야 겨우 몸짓으로 울어보고, 웃어보고 지나가는 계절이 견인에 가까운 힘으로 꽃과 나비를 몰아가는데도 너는 홀로 보기에는, 아주 어리석을 만큼 질긴 뚝심으로 이 땅의 겨울을 붙들고 있어 그 자리, 그 들녘, 그 강가에 숙명처럼 하늘거리며 때론 주저앉아 서걱이며 다 뭉개지거나, 살점이 으스러지는 순간에도 너는 여전히 영역을 이탈하지 않는 돌과 얼음이 생의 전부일지라도 당당한 뿌리 하나로 흔들리지 않는 꿋꿋한 자존 아, 너는 눈부신 어머니, 침묵의 어머니
겨울나무 겨울나무.....정연복 살아가다가 어쩌다가 한번쯤은 겨울나무같이 몽땅 비울 줄 알아야 하리. 겉모양으로만 비우는 체할 게 아니라 안팎으로 화끈하게 비울 때가 있어야 하리. 아낌없이 남김없이 비워버린 후 지금껏 몰랐던 새것으로 채워지기를 희망해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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