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3년 5월26일 일요일
누가:강산모회원 47명
어디에:설악산 귀때기청봉
산행코스:한계령~한계령 삼거리~귀때기청봉~서북능선~대승령~장수대
산행시간:10시간
도상거리:약 13km
산행공지를 올리자마자 신청자가 폭주하여 50명의 신청자를 받고 그 다음부터는 대기자로 올렸는데 3명이 빠지고
총47명이 함께 했다..강산모 산악회가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감사하고 들뜬 마음으로 설악산을 향해 출발이다.
9시 한계령에 도착했다..바라다 보이는 경치가 벌써 가슴을 뻥뚫리게 한다.
설악산에 온 것이다....
산행 준비를 하고..... 산행들머리..
장소가 협소해서 오늘 준비운동은 생략하고 단체사진만찍고 9시20분 산행시작이다.
그런데 이 사진 누가 찍었나? 나는 반쪽만 찍어 놨으니...헐....나쁜사람 같으니라구...미오할거야~~ㅎ
복잡한 장소에서 우리 회원들을 모으느라 바쁜 김대장..언제나 수고가 많다..
위령비 ...설악루공사 유공자 비석이 한계령임을 알려준다...
오랜만에 상태와 정숙이는 나와 발을 맞춘다.
봄볕이 내려 앉은 바위산으로 정다운 여정을 떠난다.
시작부터 등로는 경사를 높히며 일어선다...마음을 단단히 먹고 발걸음을 떼어 본다...
오늘은 제발 아무일 없이 잘 오를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면서...
한참을 오른것 같은데 이제 겨우 500미터 올라왔다..
땀은 벌써 온몸을 적시고도 남았다.선두는 벌써 부터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오늘은 내옆에 상태와 정숙이가 딱 붙어서 날 도와주고있다...든든하다.
하늘 가득 오색 찬란한 짙은 실록이 새옷을 갈아 입은 자리에 따스한 봄 햇살이 산을 깜싼다.
오늘은 후미 친구도 있다..진경철씨 내외..
배려라곤 눈꼽만큼도없이 몰아 붙히는 오르막길에 내 거친 숨소리만 내려 앉을뿐..
또한 방울방울 맺힌 내 땀방울만 내 발등을 적실뿐...고요하기 그지없다.
거친 호흡에 버려야 할 무게를 실어 본다.
먼저 올라간 상태가 손을 흔들며 빨리 오라한다..
길가엔 수줍은듯 분홍빛 얼굴을 한 철쭉이 수줍게 우리를 맞는다.
우리 후미친구 진경철씨 부부..
강산모엔 오늘 두번째이다...이제부터 산행에 맞 들여 보겠다고한다..
긴 오르막후에 처음 나타난 조망...한줄기 바람이 불어와 살갗을 스친다..와~ 시원하다..경치도 좋구..
바닥에서 부터 솟아올라오는 저 거대한 바윗덩이...공룡능선에선 본 그 바위와 흡사하다..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다.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멋진 작품이다.
다시 또 올라야하는 거의 일어서 있는 듯한 오르막이다.
한걸음 한걸음 깊은 숨을 몰아 쉬며 오른다...숨이 턱에 까지 차 오른다...누가 시키면 이일을 할까?
거친 오르막을 오르고나니 이렇게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수고한 후에 맛보는 기쁨이다.
수고한자여~ 그대는 이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나니...ㅋ
마주보이는 저 먼곳에 귀때기청봉이 장대한 모습으로 어슴프레 보인다.진달래를 이고 앉아 분홍빛을 띠고 있다.
나에게 어서오라며 눈인사를 건넨다..
드디어 한계령 삼거리 ...이곳에서 우린 왼쪽으로간다...오른쪽으로가면 대청봉 가는길이다..
귀때기청봉이 1,6km라고 해서 난 쉬운줄 알았다..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시작은 이런길이었는데...이곳만해도 높이가 높아서인지 나뭇잎의 새순이 연두빛을 하고 있다.
아랫동네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600미터 왔네?
이제부터 너덜길의 시작이다. 햇살은 내리쬐는데 햇빛 가릴곳 하나없는 너덜지대가 산객들을 괴롭힌다.
잠시만 긴장을 풀면 바로 사고로 이어질 그런 위험천만한 곳이다.
이런길을 한시간여를 가야한다.
하지만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진달래꽃을 보면서 그 어려움을 잘 이기며 오른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 나온다..
진달래꽃이 아름다워서 또 거친 너덜길의 어려움 때문에...희비가 엇갈리는 길.
힘들어하는 나를 계속 도와주며 오르고있는 의리 의 사나이 상태..정말 고맙다.
네가 아니었으면 절대 오를 수 없었던 길이야..
이쯤에서 난 체력이 완전 고갈이 되었다..
저 사진의 내모습에서 그날의 힘듦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
귀때기청봉 근처의 진달래....이곳 진달래는 꽃이 작고 키도 작다...거센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자라고 있기 때문에
크질 못하고 있는듯하다...저 진달래도 저렇게 꿋꿋히 버티고 꽃을 피우는데 내가 이만한 고통쯤 못 이겨 내겠나 싶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식물에게서도 배울것이 있다.
아직도 저멀리 보이는 귀때기청봉 정상....산은 정상을 그리 쉽게 내어주질 않는다..
오늘은 더욱더 그렇다..
그래도 세월이 조각한 멋진 풍경속에 몸을 맡기며
한걸음씩 온 힘을 다해 걸어본다.
돌아보고 또 돌아봐도 정말 멋진곳이 설악산이다...온몸 가득 고통을 느끼면서도 사진 찍는것은 잊지 않았다..
이게 무슨 병인지...ㅋㅋ
꽃속에 파묻혀 오르고 있는 나...이 사진 정말 멋지다...상태 짱~~~~~~~!!
이 사진을 보니 싯귀가 하나 생각이난다.
산은 파도 밀려가고 밀려오는 푸른숲 출렁이는 바다입니다..
권경업 시인의 시의 한 대목이다.
정말 푸른숲의 바다이다.
정상 400미터 남았다...얼마 남지않았다고 계속 독려하는 상태..
난 이미 내정신이 아닌듯했다..어지럽고 속도 메슥거리고 한걸음도 떼어 놓을 수 없을정도로 힘이들었다.
이제 부턴 내의지로 올라가는것이 아닌것같다...무의식중에 걷고 있는듯했다..
난 마음속으로 계속 기도했다...주님 저에게 힘을 주소서...라고....저를 도와주소서 라고....
능선위에 서면 탁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첨첨한 산봉우리들이 아득하게 이어지고 기묘한 바위들이 그 위용을 자랑한다..
드디어 올라왔다...3시간30분이 걸렸다...이곳에 오는길이 그렇게 멀었나?
지금 난 이 이정목에 기대어 있다...서 있을 힘조차 없었기에..
어쨌든 감개가 무량헀다...이곳에 올라올 수 있어서....덜 힘들게 올라온 사람보다 몇배는 더 감격스러울거다..
난 이기고 올라왔다..귀때기청봉의 품에 안겼다...
선두는 저 밑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난 거기까지 내려갈 힘조차 없어서 그냥 길가에 평평한곳에 후미팀도 점심상을 차렸다.
그런데 밥이 도대체 넘어가질 않았다..물에 말아서 그냥 꾸역꾸역 집어 넣었는데 여전히 어지럽고 힘이없다.
큰일이다..앞으로 갈길이 먼데 어쩌면 좋은가...
선두가 먼저 밥을 먹고 일어서니 우리도 하는수없이 따라 일어섰다...
그늘에 가서 좀 누워서 쉬다 가야지 도저히 이대로는 못가겠다.싶었다.
경철씨 부인 미숙씨도 밥을 못 먹었다...힘들어서...
그리고 우리는 다시 이렇게 일어서서 걸었다.. 내가 생각해도 대단한 인내심이다 싶었다..
대승령까지 6km장수대 까지는 8,7km 를 더 가야한다...
앞이 캄캄하다...어서 힘을 내야 하는데...어쩌나.....휴우..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서 올려다보니 귀때기청봉이 올려다 보인다.
어마어마하게 큰 덩치를 가졌다..
내리막길도 너덜지대이다...난 어지럼증과 점심 먹은 체기로인해 길에 눕고 말았다..
바람이 부는 그늘에 10분정도 누워 있었는데 부회장님이 나중에와서 매실차를 줘서 그걸 먹고 조금 있으니까 체기가 내려갔다..
어지럼증도 서서히 가시고 다시 기운이 돌아왔다....힘들어하는 내가 안타까운지 정숙이가 내 배낭을 메어줬다..
덩치는 내 반밖에 안되는 것이 어찌 힘은 그리 좋은지...감탄 밖에 안 나온다..
후미를 담당하고 계신 회장님 그리고 부회장님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너덜지대가 끝나니 계속 이런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이다...오르막만 없어도 살 것 같았다.그러나 인생이나 산행길이나
어디 내마음대로 되는가...이기면서 나아 가야 하는것을...
여전히 같이 붙어 있는 후미팀..
세월이 조각한 풍경마다 오랜 시간을 간직하고 있다..
그 거친 숲속을 헤치며 우리는 걷고 있다.
때묻지 않은 청정 자연을 간직한 설악..
크게 심호흡을하며 설악의 정기로 말라 비틀어진 내가슴 적셔 본다.
난 기운이 되살아나서 경철씨 부부를 앞질러 갔다.
저 뒤에 긴 오르막 계단위에 선두팀이 서서 우리쪽을 보고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으로보니 기운없어 보이는 내모습이 안스럽다..ㅋ
그 긴계단을 천천히 올라 보지만 쉬지 않고는 결코 오를 수 가 없다..
긴 숨을 내 쉬며 한 숨 돌리고 또 다시 오른다.
상태는 나를 앞질러 뛰어 올라가 올라오는 내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희한하게 생긴 나무 아래서 사진도 찍어보고..
누가 만들어 놓지도 않았는데 자연이 스스로 예술 작품을 만들었다.
가도가도 줄지않던 대승령 가는길이 갑자기 확 줄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끝나고 나니 거리가 쉽게 줄었다..이 서북능선길이 엄청길다..6km 나 되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정숙아 ~우리 벌써 1키로미터 왔다....이렇게가면 대승령까지 금방 가겠다....라며 기념사진..ㅎ
그리고 얼마 안가서 우리 팀을 만났다...수헌씨랑 병임씨 그리고 덕자씨...얼마나반가웠는지 모른다..
상태는 말헀다...내가 갑자기 밝아졌다고....얼마나 앞사람이 그리웠으면...ㅎ
이젠 예쁜 철쭉앞에서 사진찍을 여유도 생겼다...등로옆에 살포시 피어있는 야생화꽃을 보면서
꽃이름도 맞춰보고 무슨꽃인지 궁금해하면서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승령으로 가는 마지막 긴 내리막게단이다...거의 서 있다 시피했다.
이렇게 평평한길을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대승령이 가까웠음을 짐작케한다.
드디어 대승령이다...우리 식구들과 함께...
이젠 2,7km내리막만 남았는데 너덜길이다..사람잡는 너덜길..몇년전 이길을 올라올때도 고생 엄청 했는데..그때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내려오면서 홍대장도 만났다..그런데 우린 먼저 내려왔다...
그리고 대승폭포 앞에서..
수량이 많았으면 얼마나 멋졌을꼬....
대승폭포는 해발 740m의 폭포로 높이 약 88m의 웅장한 폭포로서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한국 3대 폭포의 하나이다.
수량이 많을때의 모습이다.
고목의 소나무가 지난 세월을 말해 주는듯하다..
춤추는 바람따라 물결치는 노송들이 산객을 맞는다...수고했다며 칭찬을 해주는것만 같다..
몇번의 긴 이런 계단을 내려서야만 장수대에 다다른다..
긴 계단을 내려서니 계곡물이 흐른다...올챙이가 가득한 계곡물에 지친 발을 담가본다..
정신이 번쩍 들만큼 물이차다...오늘 무척이나 고생한 발을 씻긴다..
오늘의 고단함은 흐르는 계곡물에 흘려 보내고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고마움과 벅찬 감동만 가슴에 새기려한다.
사색의 공간 ..청량한 계곡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속죄의 찌든 마음을 씻어낸다.
무려 10시간이다..
얼마나 많은 힘든 시간을 지나왔는가...
이런 고통을 감수하며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산행은 우리네 삶과 닮아있다..
나에게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오늘의 이 고통을 생각하면
어떤 일이든 다 이겨 낼 수 있을것만 같다..
장하다....잘했다...난 해냈다...
비록 남에게 민폐를 끼치기는 했어도 포기하지않은 나에게 박수를 쳐주고싶다...
그리고 내일을 향하여 소리친다..아자아자~~~~
이번에도 함께 해주신 식구들에게 감사하며 수고해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상태랑 정숙이 정말 고마웠다~
담달 산행때 또 만나요~
2013,5,26,일..계절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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