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존재의 이유 /松花 김윤자
빈 들을 떠나지 않는 너는
바람을 만나야
겨우 몸짓으로 울어보고, 웃어보고
지나가는 계절이
견인에 가까운 힘으로
꽃과 나비를 몰아가는데도
너는 홀로
보기에는, 아주 어리석을 만큼 질긴 뚝심으로
이 땅의 겨울을 붙들고 있어
그 자리, 그 들녘, 그 강가에
숙명처럼 하늘거리며
때론 주저앉아 서걱이며
다 뭉개지거나, 살점이 으스러지는 순간에도
너는 여전히
영역을 이탈하지 않는
돌과 얼음이 생의 전부일지라도
당당한 뿌리 하나로
흔들리지 않는 꿋꿋한 자존
아, 너는 눈부신 어머니, 침묵의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