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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

나에겐 올해 첫눈이 내리던 날 북한산 비봉..

 언제:2012년 12월3일 월요일

누가: 나, 상태,희순

어디에: 북한산

산행코스:불광역~구기터널~탕춘대능선~비봉~응봉능선~진관사

산행시간: 4시간

 

설악산 공룡능선을 다녀오고 계속 몸이 안좋아 산행을 못했다...

비나 눈이 올것이라는 일기예보를 접하고서도 두달이나 산에 오르지못한 아쉬움을 달래기위해

마음이 먼저 산을 향해 달려가는것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불광역에서 10시에 상태를 만나 2번출구로 나와 길을 건너 7211번 버스를 타고 한정거장 래미안아파트앞에서 하차를 한다.

다음 한정거장은 걸어서 가야한다 구기터널앞에 횡단보도가 없기 떄문이다.

구기터널 바로앞에서 왼쪽으로 계단을 올라간다..

 지금은 주인을 잃은 구기터널 공원 지킴터가 처음 찾은 날 반긴다....이쪽코스는 처음이다..

 계곡위 다리를 건너서 ..

산이 모든것을 내려 놓은 계절 겨울...화려함을 벗고 더 깊어진 겨울산과 마주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다..

 비봉까지 2,7km 약 2시간이 걸릴것이다..

앙상한 나무가지들이 좀 쓸쓸해 보이기는 하지만 맨살을 다 드러낸 겨울산은 황량함 만큼이나

숙연해지는 아름다움이 있다.여름에 이쪽길로 하산을해서 이 계곡에서 놀다 가면 참 좋겠다..라며

헬레나는 벌써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조금오르자 커다란 바위가 나타났다...누가 받쳐주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굴러 내릴듯한 바위이다.

 여기서는 향로봉쪽으로간다.잔뜩 찌푸른 날씨는 심술궂은 시누이 얼굴 같다..

바람은 얌전하였지만 겨울인지라 꽤 쌀쌀하다.

 상태는 벌써 앞질러 가고 안보인다.완만한 길이 모처럼의산행에 벗이 되어 준다..

 완만하던 등로는 어느새 얼굴을 바꾸고 가파른 너덜지대가 나타난다.등줄기에 땀이 흐르는것이 느껴진다.

산객에겐 이것 또한 기쁨이다.헬레나 참 좋지? 그럼 좋지..산에 오면 언제나 좋지...

등로에 살가운대화가 내려 앉는다.

 언제나처럼 상태는 우리를 편안한길로 인도하지 않는다...

오늘도 릿지를 해야할 것 같다...

 출입금지라고 써 놓은 안내문구는 무용지물이 된채 우린 밧줄을 넘어 바위를 타기 시작한다..

잔뜩 찌푸리고 있던 날씨는 눈발을 날리기 시작한다...와~우 우린 이 눈이 올해에 첫눈이다...이러면서 웃는다.

서 있다 시피한 바위를 오른다..신발하나에 의지하고..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바위를 오르는일은 정말 힘들다..

 

 상태는 서서 향로봉을 배경으로 나를 찍었다고 자랑하듯이 말한다...난 힘들어 죽겠는데..

아킬레스건이 땡긴다...아~ 아파라...

 많이 올라왔다 조금만 쉬고..바위위는 바람이 심하게 불면서 눈보라가 몰아친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큰 눈발은 아니어서 쌓이지는 않는다.

 먼저 올라간 헬레나가 내려다보고 앉아 있다 여유롭게..

난 숨을 헐떡이며 바위와 사랑을 나눈다.ㅋ

 이제 다 올라왔지?

 어느새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다..이쪽은 바람이 너무 심해 점심을 먹을 수가 없다.

일단 비봉으로 가보자...라고 서두른다.이내 비봉에 다다랐다..

눈보라 때문에 진흥왕 순수비엔 안 올라가기로한다.그리고 인증샷만...

 와~우 여긴 눈이 쌓였네..지난 금요일에 온 눈인것 같다..

 바람이 삼킬듯이 불어왔지만 아랑곳하지않고 우린 멋진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와~ 우 너무 멋져~~~~~~산이 모습을 바꾸었다..계절을 따라..

 한여름의 푸르름도 가을의 단풍도 사라지고 무채색으로 변한 겨울산은 적막하고 숙연하다

하지만 제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겨울산보다 더 깊은산이 있을까?

황량하지만 산과 마주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의상능선이다...산이 옷을 벗었다..산의 얼굴이 모습이 달라졌다..산은 우리네 삶을 너무나 닮았다..

그래서 산이 좋다..

 응봉능선으로 하산을 하기위해 길을 잡고 바람이 덜부는 곳으로 가서 자리를 폈다.

따뜻한물에 누룽지를 먹으니 온몸이 따뜻해진다...눈보라에 식은몸을 덥혀주는듯하다..

그래도 빨리 일어나야한다 눈이 점점 더 많이오고있다..다른 산객들은 보이지않고 우리만 있는것같은

조금은 두려운마음마저 든다..

 점심을 먹고 이내 일어나 하산이다.헬레나가 먼저 내려가고..

 뒤를 이어 내가 내려간다.

 점점 멀어져가는 비봉의 모습...이젠 정이 많이 들어버린 비봉..친구가 된 느낌이다.

 눈은 이제 함박눈이 되어 앞이 보이지 않을만큼 많이 내렸다...

 등로에 눈이 쌓이기 시작하니 길이 보이지 않는다...헐..

 와~ 이 눈 내리는것 좀 봐...너무 멋있어~ 걱정도 잠시 황홀한 눈 풍경에 넋이 나가 버린다.

 미끄러운길의 하산은 더욱 힘들다..거의 앉아서 내려가고있다.

 산에서 맞이하는 함박눈은 기쁨이며 두려움이기도하다..

하지만 두려움은 숨기고 기쁨만 누리려한다...산에서 눈을 만난건 행운이다...라며

 어느새 벌거벗은 산은 새하얀 옷을 입는다...

 응봉능선위에서 상태는 이렇게 많은 눈속에서도 사진을 찍어주느라 고생한다..

참 한결같은사람..고마운사람이다.

 내머리위에도 배낭위에도 눈은 쌓여가고 있다.

 응봉능선길..전엔 이길로 올라왔는데 오늘은 내려가고 있다.

양옆으로 불뚝 솟아있는 봉우리들이 우리를 지켜주고 서 있는듯한 착각이 든다.

 와~~~~~ 너무 멋있다~이 눈 오는것 좀 봐~내가 소리쳤다...상태는 이내 달려와 인증샷을...ㅋ

 내친구 헬레나 참 고마운친구이다...언제나 내 동무가 되어주는 소중한 내친구..

늘 건강하게 우리 이렇게 오래도록 보며 살자...

 오늘의 최대 난코스이다...쇠줄을 잡고 내려가야하는데 엄청 가파르고 쇠줄에 눈이 쌓여

장갑이 다 젖게 될것같다..일단 내려가보자..

 아니나 다를까...장갑이 모두 젖었다..너무 손이 시려웠다...

 손이 시렵다못해 손에 감각이 없어져 쇠줄을 잡을수도없다...큰일이네..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고

안간힘을다해 쇠줄을잡고 내려간다...

 장갑이 다 젖어서 벗어버리고 맨손으로 스틱을 잡았다..

그런데 어느새 날씨는 비로 변해 버렸다..우리는 우비를 입어야했다..

오늘처럼 변화무쌍한 날씨를 만나는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싶다.

 응봉능선으로 하산을 하다가 날씨가 안좋아 진관사로 내려가기위해 지름길인 샛길

출입금지 구간을 또 들어갔다...가파른 길 낙엽이 쌓여 길을 가늠할 수 없는 그런길로 내려왔다 아주 조심스럽게..

 ㅋㅋ....이사진 유출되면 벌금이 얼마야? 그래도 다행인건 샛길을 이용해서 조난을 면했다는 위안이다..

 다 내려왔다..지정된 등로에...휴~우

드디어 진관사이다...이제 마음이 놓인다...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상태는 말한다...이래서 우중산행이 좋다고 하나봐요 운치 있잖아요..?

맞아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경쾌하잖아? 라며 헬레나는 말을 받는다.

난 속으로 말한다...우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정말 경쾌하고 좋아..바지가 젖지만 않는다면...라며 속으로 피식 웃는다.

 진관사 찻집의 굴뚝의 연기와 감나무의 감이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주며

고향생각을 나게한다.

비내리는 사찰은 더 고요하고 고즈넉하고 운치 또한 있다..

 진관사에게 안녕을 고한다...오늘 반가웠고 또 만나자고...

 오늘 수고한 상태...늘 고마워~오늘 걱정 많이했지?말 안해도 알아...

그래서 더 고마운거구..

 

날씨가 궂을거라는걸 알면서도 오른 산행..

한마디로 좋았다..

모처럼 상태랑 산행이 좋았고 눈이 좋았고 옷을 벗은 산이 좋았고

가벼워진 몸도 좋았고 모든것이 다 좋았다..

담주 월요일을 기약하며 이제 다시 열심히 산에 다녀야지..라며

마음속으로 다짐해본다..

 

2012,12,3,,월,,,,계절그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