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장미
이윤정
귀뚜라미가 서러움을 풀어놓는 계절에서야
전신부종을 풀고 나온 널 보고 있으면
난 기도보다 간절한 침묵으로 너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 뒷면을 돌아가 보면
왜 아픔이 함께 숨쉬고 있는 걸까?
너는 오지랖 사이로 날카로운 가시를 내비치는구나
오래 침묵 해 온 너의 눈빛은
입 보다 더 간절한 말을 하고
입 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 있구나
너의 타는 눈빛 앞에서 돌멩이들은
빛을 잃고 저 만큼 물러나 앉고
나는 가을 풀들고 함께 낮게 엎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