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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욱

녹향

 

 

 

 

 

 

고운 선생이 읊은 바 있듯이 ‘깊숙이 숨겨진 호리병 속 별천지’라는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만 50여 년을 살며 ‘녹차와 결혼한 여인’이 있다.

예로부터

화개장터에서 쌍계1교까지 이어진 십리벚꽃길을 연인이 손잡고 걸으면 결혼하게 된다는

‘혼인길’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정작 이 여인은 아직 처녀다.

친구들은 손주 볼 나이가 되었으니 어느새 노처녀의 반열에 올랐다.

그녀가 노처녀가 되도록 한 것이라고는 30여 년간 날마다 찻집 문을 열고,

녹차를 마시고, 녹차를 따라주고, 녹차를 만든 것뿐이다.

오직 녹차만을 사랑하며 녹차와 결혼한 유일한 지리산녀다.

그 누구와도 악수를 하지 않는다. 녹향의 그녀는

자신의 손은 녹차와 찻잔만을 만지는 것이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혹 오해도 받는다. 동기동창들의 손도 잡지 않는다. 다모다운 결벽증 아닌 결벽증이다.

쌍계사 주차장과 버스터미널이 있는 쌍계1교 앞에서 31년째 자리 잡은 찻집 ‘녹향다원’(綠香茶園)의 오신옥(51)씨.

그녀가 바로 1980년대 초반 지리산 최초의 녹찻집 ‘석천다원’의 문을 연 주인장이다.

20대 약관의 나이에 ‘지리산의 사랑방’을 만들고 녹차와 더불어 수많은 지리산 마니아들과 교류해 왔다.

그 모든 인연들의 중심고리는 이 찻집과 녹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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