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그리기. 2022. 9. 27. 16:36

 

꽃무릇             /정찬열

 

한 식구로 태어나

함께 만날 수 없는 그리움

잎과 꽃이 너도 따로 나도 따로

 

행여나 임을 보려나.

쭉 내민 꽃대 목을 빼고는

정 그리워 마음 열어 보면서

여섯 개의 눈을 펼쳐 뜨고 서있다

 

꽃무릇

붉은 꽃 곱게 피는

둘러쌓은 건 무심한 잡초 속에

키다리 호리호리한 그리움만 쌓인다.

 

꽃잎에 그리움 묻어야 하는

숲 속에 얹혀서 홀로 피우기도 하지만

붙여진 꽃말이 “슬픈 사랑”이란다

 

꽃무릇

위로하는 풀벌레 소리 흥에 취해

불어오는 소슬바람에 고개 흔든다

 

아!, 이 가을도

아련해라. 그 붉음이.!

만날 수 없는 오작교 사랑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