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그리기. 2021. 4. 20. 18:56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김왕노

 

유모차에 유머처럼 늙은 개를 모시고

할머니가 백 년 복사꽃 나무 아래로 간다

바람이 불자 백 년을 기념해 팡파르를 울리듯

공중에 솟구쳤다가 분분히 휘날리는 복사꽃잎, 꽃잎

백 년 복사꽃 나무 아래로 가는 할머니의 미소가

신라의 수막새에 그려진 천년 미소라

유모차에 유머처럼 앉은 늙은 개의 미소도 천년 미소라

백 년 복사꽃 나무 아래 천년 미소가 복사꽃처럼 피어나간다

그리운 쪽으로 한 발 두 발 천년이 간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할머니 앞에

지퍼가 열리듯이 봄 길 환히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