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그리기. 2021. 1. 13. 09:41

갈대, 존재의 이유 /松花 김윤자

 

빈 들을 떠나지 않는 너는

바람을 만나야

겨우 몸짓으로 울어보고, 웃어보고

지나가는 계절이

견인에 가까운 힘으로

꽃과 나비를 몰아가는데도

너는 홀로

보기에는, 아주 어리석을 만큼 질긴 뚝심으로

이 땅의 겨울을 붙들고 있어

그 자리, 그 들녘, 그 강가에

숙명처럼 하늘거리며

때론 주저앉아 서걱이며

다 뭉개지거나, 살점이 으스러지는 순간에도

너는 여전히

영역을 이탈하지 않는

돌과 얼음이 생의 전부일지라도

당당한 뿌리 하나로

흔들리지 않는 꿋꿋한 자존

아, 너는 눈부신 어머니, 침묵의 어머니